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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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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REVIEW

연이은 질문에 얕은 한숨을 내쉰 체흐가 마른세수했다.

부축이라도 해 줘야 하나 싶어 다가가자,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은 채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 들려. 뭐라고?”

재차 한숨을 내쉰 그는 손을 떼고선 수심에 잠긴 낯으로 입을 열었다.

“정말 막스 릴과 결혼하려는 거야?”

“……뭐?”

“동정심에 그런 선택을 할 리는 없고. 그사이에 없던 마음이라도 생겼어?”

어찌나 우울한 음성이었는지, 듣는 야나의 어깨도 같이 축 처질 정도였다. 그녀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되물었다.

“설마…… 그걸 물으려고 온 건 아니지?”

“그걸 물으려고 온 거 맞아.”

이윽고 그는 야나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주춤 물러서는 야나를 올려다보며, 체흐는 굳은 결의가 엿보이는 눈으로 말했다.

“염치없다는 걸 알지만 부탁할게, 야나. 부디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줘.”

“무, 무슨 기회?”

“너를 섬길 기회.”

섬기다니?

예기치 못한 표현에 놀란 건 둘째치고, 성치 않은 몸으로 무릎 꿇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죽다가 살아났으면서 왜 그런 자세로 말하는 건데? 일단 일어나자.”

손을 뻗어 일으키려는데 정작 체흐는 그녀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제대로 닦지 못해 굳어 가는 붉은 피로 흠뻑 적셔진 손이었다. 하나 체흐는 그 더러운 손에 입을 맞추며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고했다.

“너를 사랑해.”

쿵.

가슴께에 전해진 강렬한 충격에 야나는 큰 당혹감을 느꼈다.

‘설마 내 심장이 터졌나?’

음…… 세차게 잘 뛰고 있는 걸 봐선 터지진 않았네.

단순히 심정지를 걱정했을 뿐인데, 얼굴로 드러난 야나의 표정도 함께 굳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반응을 살피던 체흐가 입술을 깨물곤 마른침을 삼켰다.

“……이 사랑에 보답을 원하지는 않아. 내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아니까.”

무엇이 그리도 자신 없는 건지.

빠르게 가라앉는 어깨와 달리, 야나를 붙잡은 손에는 점점 더 간절한 힘이 가해지고 있었다.

“자격이 없는 나에게 넌 기꺼이 네 영혼을 나누어서 주었지. 허락만 한다면 내 일생을 바쳐서 갚고 싶어. 아니, 제길, 갚는 게 아니라…… 방금 말은 잊어 줘. 네게 받은 영혼을 빚처럼 여긴다는 뜻이 절대 아니니까.”

답지 않게 횡설수설하는 모습 때문일까? 덩달아 긴장된 심정이 서서히 차분해지는 게 느껴졌다.

섬긴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사랑의 보답을 바라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랑을 받기만 해 달라는 뜻이었구나.’

뭐, 속 좀 썩이라고 서신을 보낸 건 맞지만…… 막상 이렇게 시무룩한 반응을 보니 괜히 그랬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약해진 티를 내지 않아서인지, 체흐의 표정과 목소리는 점점 더 가라앉기만 하고 있었다.

“야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번 정한 마음을 되돌리는 게 어렵다는 걸 알지만, 내게 딱 한 번만 기회를 준다면…….”

한데 가라앉다 못해 다 죽어 가는 낯을 했을 때는 걱정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잠깐, 잠깐만.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지?”

이대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어 무릎을 구부리고 묻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금이라도 당장 피 토하며 정신을 놓아 버릴 것만 같은 안색이었다.

결의 때문인지, 자존심 때문인지 두 눈을 꾸욱 감은 채 호흡을 고르던 체흐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긴장해서 그런지 속이 안 좋아.”

허.

참나.

‘긴장을 대체 얼마나 했기에 얼굴이 이래?’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심각하게 고민해온 고백이란 뜻이기도 했다.

야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고민하는 척 헛기침한 그녀는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냉정한 목소리로 체흐를 다그쳤다.

“알았으니까 이 손 좀 놔. 네 부탁대로 재고는 해 볼게. 마음이 바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에, 시체 같았던 체흐의 낯에 처음으로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뭇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흑태자도 저런 웃음을 지을 줄 안다니. 장난이었다고는 절대 밝히지 말아야겠다.

“난 이만 돌아갈게. 너도 그만 가서 쉬어.”

어정쩡한 인사를 남기고 언덕을 내려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던 때였다.

“잠깐만, 야나.”

부름에 등을 돌리자 자그마한 종이봉투가 날아왔다. 내용물이 그리 두껍지는 않은 데다, 서신으로 보이지는 않은 봉투였다.

“이건……?”

“릴 연구소에서 발견된 기록 중 하나야. 아무리 봐도 너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았거든.”

기록?

‘무슨 기록이지?’

의구심에 봉투를 받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내용물을 확인했다.

위쪽이 살짝 번져서 정확히 확인하기는 힘들었으나, ‘막스 릴’과 ‘기억’에 관련된 보고서임은 틀림없는 듯했다.

‘막스의 기억과 내가 연관되어 있다는 건가?’

대체 어떻게? 막스가 느낀 내 첫인상이라도 기록한 거야?

연구소 침입 과정에서 중간 기록이 유실되었는지, 기록은 첫 장과 마지막 장만이 남아 있었다. 야나는 드문드문 보이는 선명한 단어와 문장을 조합해 가며 기록을 정리해 갔다.

<연구소에 의해 수거된 숙주>

<기록에 따르면 석화 융해 연구 과정에서 폐기 처분…….>

<전생의 기억이 극도로 불안정하여……>

맙소사.

‘막스가 숙주였다고?’

게다가 석화 융해 과정에서 폐기라니……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의 기록이었다.

<정확한 출생은 알 수 없음. 사킬라 보육원 출신, 성인이 된 해 독립>

사킬라 보육원.

야나는 그 단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사킬라 보육원은 야나가 자란 보육원이었고, 그 보육원의 아이들은 모두 가족 같은 동생들이었으니까.

‘설마…….’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스타베팅 살폈다.

마지막 장의 상태는 더욱 온전치 못했다. 야나는 검게 번진 잉크들 사이에 또렷한 글자를 쥐잡듯 뒤졌다.

이윽고 불길한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전생의 기억이 불안정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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